저는 임신 18주에 해외 여행을 나갔다가 조기 진통을 겪었고, 임신 34주에는 조기 진통으로 입원을 하였습니다. 이 일들을 겪고 나서 느낀건 역시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조산에 대해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 글을 씁니다.
입원 생활 하는 임산부를 본 적 있나요?
아마 없을겁니다. 좋은 일이 아니니 잘 알리지도 않을테고요.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생각하는 임산부들은 다 건강한 임산부들 뿐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요. 하지만 여러분, 이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임산부들이 아이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요. 그 누구도 내가 병원에 입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원하지 않는답니다. 나의 임신 기간은 무난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케이스들이 여러분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요. 특히 쌍둥이 임산부들은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한 명을 품기에도 벅찬 몸이 두 명을 품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인지 아셔야 합니다.
쌍둥이 임신이 그리 위험한가요?
네, 물론이죠. 임신은 정말 목숨 걸고 한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한 명을 품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둘은 어떻겠습니까? 쌍둥이 임신은 모든 임신성 질환의 적응증이 됩니다. 쌍둥이를 품었기 때문에 임신 호르몬의 양도 많고요. 호르몬의 양이 많아지니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의 확률도 올라갑니다. 아무리 산모가 젊고 건강해도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 만으로 여러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현저히 올라갑니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더욱 위험하고 쌍둥이들에게만 생기는 각종 증후군들도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아이의 생명조차 장담할 수 없지요.
모르는 사람은 그저 쌍둥이라니 축복이라며 행복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임산부에게 쌍둥이 임신은 축복만 할 일 은 아닙니다. 온전히 건강한 아이 둘을 키워내기 위해 적절한 영양과 운동을 하되 조산 위험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임신 자체가 모체의 건강을 많이 상하게 하니 이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아이를 건강히 키워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쌍둥이 임신을 하고 제일 불편했던 건 '쌍둥이 임신'에 대한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임신보다 좀 더 힘들겠지 라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직접 경험해본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 임신의 확장판이 아닌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단태아 임신을 겪어본 사람 중 일부 무례한 사람들은 '우리땐 임신해도 움직일거 다 움직이고 일도 하고 그랬다'며 일축하곤 하는데 그건 모르는 말입니다. 사람마다 컨디션이 다 다르고 단태아와 쌍둥이는 몸에 주는 부담이 천지차이입니다. 심지어 그렇게 움직이다가 조산하면, 책임지실건가요?
조산의 위험성
제가 만난 쌍둥이 엄마들 중 입원 경험이 없었던 분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34주에 입원했던 제가 제일 늦게 입원했던 케이스였습니다. 이렇게 입원을 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병원의 도움을 받아 아이가 재태주수를 다 채우고 나올 수 있도록 버티기 위함입니다. 37주 이후에 출산해야 정상 출생아로 보고 37주 이전에 태어나는 아기는 미숙아로 봅니다.
요즘은 초미숙아나 초초미숙아의 생존률도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생존률입니다. '생존'하는 비율이죠. 아이의 몸에 남는 장애나 후유증은 계산되지 않은 확률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몸에는 많은 장기가 있고 모두 자궁에서 충분히 성숙된 후 태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미숙아의 경우 장애가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문제는 몸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를 모르니 전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에게도 너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미처 제 때 발견하지 못 했을 때의 위험이 더 크니 검사가 필요합니다. 검사가 말이 쉽지 직접 현장에서 아이를 데리고 검사하면 꼭 해야 할까 싶을 정도로 아이의 거부감이 큰 경우도 많습니다. 검사할 부위도 한 두 군데가 아니고요. 피도 엄청나게 뽑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한 번 검사했더라도 퇴원 후 다른 후유증이 남지 않는지 면밀히 다시 검사해야 합니다. 인간의 장기가 한 두개가 아닌 만큼, 검사와 진료 받을 과도 정말 많습니다. 최대한 재태기간을 늘리고 37주까지 버티는 게 최선의 방식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대한 누워 지내세요. 답답하다고 돌아다니거나 앉아 있거나 무리하면 자궁 수축이 심해지고 경부 길이가 짧아집니다. 쌍둥이 임신시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궁이 어느정도 커지면 이제 아이가 다 컸으니 낳아야겠구나 하고 자궁수축을 시작합니다. 단태아의 경우엔 괜찮지만 쌍둥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음에도 이미 자궁이 커서 수축을 시작하곤 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충분히 쉬세요. 몸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하세요.
저는 26주 이후로는 밥 먹을 때 말곤 거의 누워 지냈습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뭉쳤기 때문입니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누워 있는게 정말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주변인들의 반응입니다. 쌍둥이 임산부가 누워 지내는 것은 절대 편안하지 않습니다. 몸이 무거워 숨을 쉬는 것 조차 힘든데 움직이면 위험하니 누워지내는 것입니다. 무엇을 해도 불편하고 어떤 자세를 해도 괴롭습니다. 그러니 남편들은 부인이 최대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다른 일을 처리하고 부인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받도록 힘 써주세요. 부인은 세 개의 심장이 뛰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부하를 느끼고 있답니다. 스스로와 아이 둘을 잘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 둘을 동시에 품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하겠다 싶을 만큼이요. 그렇지만 언젠가 끝은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시길 바랍니다. 조산 위험 꼭 조심하셔서 만출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출산하면 두배로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네배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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