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도망 치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도망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 괴로웠죠. 첫 퇴사의 기억은 아찔하고 한동안 후회도 꽤 남았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기 전 한 번 쯤 그냥 도망쳐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때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첫 퇴사의 기억
저는 제 인생에서 제일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첫 직장 입사, 그리고 퇴사까지의 3개월이 떠올라요. 저는 대학병원에 신규 간호사로 입사하고 3개월 만에 퇴사를 했는데요. 그곳에서 느낀 점이 정말 많아요. 처음 겪는 사회생활에 당황스러운 점도 많았고 부족한 점도 많았어요. 부조리한 일도 좀 목격했고요. 많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기였어요.
처음엔 업무 능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어요. 왜 아직도 이걸 모르냐, 학교에서 뭐 배웠냐 등등... 그래서 정말 따라가려고 열심히 노력했고 울면서 공부하고 잠들고, 또 부랴부랴 일어나서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엔 태도 지적이 이어졌죠. 일 할 정신머리가 안됐다, 성실하지가 않다, 집에서 잠 잘 정신은 있더냐... 너는 정말 불성실하다. 공부할 생각이 없다.
저는 업무 능력에 지적 받는건 열심히 개선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성실하다는 태도 지적을 받게 되니 힘이 쭉 빠지더군요.
그때 되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조금 더 견딜 여력은 있었어요. 이전보다 많이 익숙해져서 조금 더 하면 적응도 하겠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제 마음이 너무 떠버려서 하기가 싫은거에요. 내가 여기를 다녀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어요.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이유
- 월급
- 인간관계
- 업무 만족도
제 생각엔 직장을 다니기 위해선 뚜렷한 목표가 한 가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급, 인간관계, 업무 만족도 세 개가 다 잘 맞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직장을 다닐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저는 셋 다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그 전에 경험상 아르바이트 하듯 다녔던 곳은 월급도 비슷했고 사람이 좋았거든요. 만나는 환자도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도 의지가 될 만큼 좋았고 모두 저를 믿어줬어요. 그런 경험이 있으니 다음 직장에서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월급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고 의지할 만한 사람도 없었고... 업무적으로 배울 것은 많았지만 이미 이 업계에 마음이 떠나버린 상황이었고요.
내가 계속 여기를 다닌다면
저는 그 곳에서 합당하지 못하다 싶은 일을 몇 번 봤어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아랫 연차에게 누명을 씌운다던지, 다른 직업군과 마찰이 생겨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던지. 누군가는 그 또한 차가운 현실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여기를 계속 다닌다면, 내가 적응을 하고 살겠다는 건 그냥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거잖아요. 나도 저런 일을 당할 것이고 또 그렇게 순응 할 것이라는 생각이요. 저는 제가 원하는 미래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어요.
떨어지는 자존감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자존감 때문이에요. 한 집단의 대부분이 나를 천덕꾸러기로 여기고 비난하는 경험,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죠. 당연히 직장 생활이 핑크빛은 아니겠죠. 신입이 처음 일 배울 때 다른 데 신경쓸 겨를 없는거 맞아요. 그래도 일을 배우는 것 자체에 재미를 붙일 수도 있고 성장하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바라볼 수도 있는건데 거기서의 저는 그렇지가 못했어요. 저는 저 스스로가 꽤 컬러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곳에선 제가 점점 잿빛이 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아, 나는 이 집단과 맞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게 다 깎여 나가는 과정이고 남들과 나를 어느 정도 맞추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까지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을 못 찾겠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 자존감만 엄청 깎일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저는 퇴사를 했어요.
한 번 쯤 도망쳐보는 것도 괜찮다.
도망을 쳐봐야 '아 내가 언제든 힘들 때는 도망을 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도망 치는게 생각보다 별거 아니거든요. 도망친다고 해서 세상이 두 쪽 나지도 않고 내 인생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해보기 전에는 너무 무섭고 두렵죠. 고작 이것도 못견디고 그만두려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요. 그렇게 점점 우울해지고 괴로워져요.
하지만 여러분, 너무 괴로우면 도망치세요. 어차피 인생은 길고 실수 좀 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실수 해봐야 아 나는 이거랑 안맞네 하고 알 수도 있지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거든요. 그리고 다음에는 진짜 이런 일 없게 신중히 선택을 하면 되잖아요.
그만둔다고 인생이 무너지는건 아닙니다.
제가 해보니까요. 거기를 그만두면 인생이 진짜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요.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어요. 그렇게 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요. 제 가치가 현저히 바닥으로 떨어지지도 않아요. 잘 견디고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도망치기로 결심한 스스로가 굉장히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뭐 어떤가요? 실패하면 조정하고 준비해서 다시 시도하면 돼요. 한 두번 실패 했다고 인생이 끝나진 않더라고요. 실제로 나는 그렇게 실패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요 여러분, 힘들면 도망가세요. 도망도 도망칠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지금 스스로가 너무 벼랑 끝까지 몰린 기분이라면, 마지막으로 도망칠 용기 딱 한 번만 내서 도망치세요.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괴롭히지 마시고 조금 쉬어가세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요즘 주영현 작가님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웹툰을 알게되었어요. 너무 공감이 되어서 몰입해서 보고 있는 작품인데요. 지금 너무 힘들고 괴로운 분들에게 약간의 해방감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웹툰이에요.
주인공은 26살 이여름이에요.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인물이에요. 취직 해서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은 것도 아니에요. 상사의 성추행도 겪고 일을 떠맡기는 직장 동료도 있지요. 그래도 와중에 자기 일은 열심히 하는 인물인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일이 생겨요. 그러다 직장 상사의 "초상은 자기만 치르나.."하는 말을 들어요. 그 순간을 기점으로 여름이는 흔들리기 시작해요. 과연 이렇게 사는게 맞나 하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해요. 번아웃이 심하게 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현실로 옮기기로 결심해요. 아주 월세가 싸고 한적한 동네로 이사를 하고 모아둔 돈을 털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해요.
다들 한 번 쯤 생각해봤을 일이잖아요? 실제로 옮기는 사람은 잘 없지만요. 그 경험들이 아주 대담하면서도 편안하고, 또 잔잔한 해방감을 주어서 웹툰을 보는 내내 대리만족하는 기분이었어요. 속이 갑갑하신 분들께 추천드리는 웹툰이에요.
어쨌든 힘들면 쉬어가세요. 도망 좀 치고, 쉬는 시간 좀 가져도,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인생은 길고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서 스스로의 성향대로 사는 게 사는 방법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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